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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영국 드디어 입국하다

by 노스킬 2022. 12. 18.

창가 자리는 싫지만 포기할 수 없어!

두바이 공항에서 환승을 해 영국 버밍엄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대략 5시간 정도 걸리는 비행으로 그렇게 길지는 않은 비행이어서 창가 자리로 예약을 했으나 하필이면 화장실이 급해져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옆자리 두 사람을 비키게 하는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두 사람이 화장실을 갈 때 같이 간 거였다. 아무튼, 창가 자리에 날도 밝고 구름도 없어서 바깥 풍경이 훤히 잘 보여서 좋았다. 

 

1. 중동과 유럽의 풍경 차이

창 밖의 풍경

어느 쪽이 중동이고 유럽인진 말 안 해도 다들 알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왼쪽이 중동 오른쪽이 유럽인데 딱 유럽 쪽으로 넘어가자마자 끝없이 이어지는 초록색 숲, 밭들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것은 저 끝없이 펼쳐진 사막 산맥이었다. 정말 사람이 살기 힘들어 보이는 지형이다.. 내가 사진을 찍은 지점이 이란 정도였던 것 같은데, 평생 가보기 힘든 나라라 그런 것인지 뭔가 더 신비로워지고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들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유럽은 뭐 온대기후라서 위에서 보면 우리나라랑 비슷한 모습이라 그렇게 신기하진 않았다. 그래도 역시 창가 자리 앉은 보람이 있는 듯하다. 짧은 비행이라면 언제나 고민하지 않고 창가 자리를 고르겠다. 

 

2. 정말 맛있었던 기내식

아랍에미레이트 항공 기내식

우선 중동 기내식답게 카레가 나왔고 역시나 맛있었다. 카레는 향신료가 너무 세지 않으면 어지간하면 맛있는 것 같다. 정체모를 샐러드 파스타 같은 것도 나왔는데 이건 조금 별로 였었지만 먹을 만은 했다. 그 바로 옆에 있는 게 기내식 중에 가장 맛있었던.. 아마 생크림에 오레오 과자 부스러기를 얹은 디저트 같다. 생크림 너무 내 취향이라.. 아랍에미레이트니까 이 정도 디저트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보통 기내식은 겁나 퍽퍽한 스콘 같은 케이크 한 조각이 전부겠지만. 아무튼 뭐 하나 남길 게 없었던 취향 저격 기내식으로 식사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배부르기 까지 해서 빵과 견과류 바는 가방에 넣어 며칠 후에 먹었다. 완전 알뜰 그 자체였던 기내식이었다.

 

3. 무사히 입국 절차를 마치고 숙소로

숙소로 향하는 택시 안

버밍엄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받았는데 아마도 내가 버밍엄으로 입국한 최초의 워홀러가 아녔을까 싶다. 입국 심사하는 분이 이게 뭐냐고 다른 직원한테 물어보셨다.. 뭔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는 듯이 말이다. 그도 그럴게 영국 워킹홀리데이에 대해서 찾아보면 맨날 거의 영국 밖에 안 나온다. 마치 영국이란 나라로 가는 게 아니라 런던이라는 도시로만 가는 것처럼.. 그 점이 워홀 정보 찾는데에 있어서 좀 답답했다. 왜 오지게 비싼 런던만 가세요 여러분들..? 아무튼, 그래서 관련 서류를 보여주려고 하자 그럴 필요 없다면서 그냥 통과시켜주었다. 사실 그냥 자동 심사대 갔어도 됐는데 어째서인지 내 여권은 자동 심사대가 안 먹힌다. 그런데 뒤늦게 그 이유를 나중에 알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

 

그렇게 통과를 하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짐을 찾으려는데 큰 짐을 두 개를 실었는데 거의 내 키만 한 짐이 한 참을 기다려도 나오질 않아 걱정이 됐다. 거기에는 무려 데스크톱 컴퓨터가 통째로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컴퓨터를 꼭 챙겨 와야 했다. 없으면 용돈벌이 하는데 큰 지장이 생겨서 그게 없어지면 난 바로 영국에 돌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주 다행히도 거의 15분 정도 후에 나와서 힘겹게 택시에 싣고 숙소로 갈 수 있었다. 숙소는 버밍엄 근처에 있는 아주 평화로운 동네로 에어비앤비에서 거의 두세 달 전부터 예약을 해놨다. 한 달 정도는 예약했는데 집주인 아주머니께서 넌 우리 집에서 한 달 동안 머물거니 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겠다면서 Whats app으로 영상통화를 해야 했다. 대인기피증과 전화 공포증이 있는 나는 처음 보는 사람 거기다가 외국인이랑 영상 통화를 해야 한다니 하면서 엄청 긴장한 상태로 영상 통화를 했는데 다행히 집사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좋은 인상을 남겨서 예약 취소당하는 사태를 면할 수 있었다(신사야 고맙다). 그렇게 두세 달 전 영상 통화를 했던 집주인 분과 만나게 되었고 약간 어색하고 첫 외국인과의 대면, 대화에 어버버 얼음이 되었지만 남자 친구가 옆에 있어서 그나마 괜찮았다. 남자 친구가 처음 보는 사람 하고도 대화를 잘해서 정말 다행이다. 남자 친구까지 나처럼 소심했으면 엄청나게 어색했겠지?

 

4. 영국의 흔한 동네 산책

영국의 흔한 공원

나는 짐을 방에 대충 풀어두고 바로 숙소 동네로 산책을 나갔다. 근처 공원을 걷고 있자니 내가 진짜로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2년 전만 해도 아니 1년 전만 해도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외국, 그중에서도 서양에서 사는 것에 대한 꿈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는데 내가 이제 이걸 이뤘다니 30년간에 제대로 해낸 것이라고는 없는 내가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해가 지고 있는 하늘

이런 흔한 공원조차 한국과는 느낌이 다르다. 넓고 큼직큼직한 나무들 평평하고 드넓은 초원 그리고 그 위를 아무렇지 않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잔디 위를 걸어 다니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어서 잔디 위로 걸어 다니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여기는 다들 아무렇지 않게 걸어 다니고 나무 숲 사이도 그냥 다니고 뭔가 더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잔디를 밟는 포근한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영국의 첫 느낌은 평화로웠으며 새로웠다. 내가 그토록 떠나고 싶어 했던 한국이라는 나라를 30년 만에 드디어 떠났다. 언제 영국 생활이 힘들어지고 한국을 그리워할 진 모르지만 내가 여기서 얼마나 버틸지는 모르지만 나의 영국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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